[영광][국민 중심의 국가로 가는 길]

기사등록 : 2018.01.18 (목) 10:07:12 최종편집 : 2018.01.18 (목) 10:07:12      
이제 인문학은 현실적인 삶의 영역에서 인간성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실천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인간의 가치를 새롭게 해석해야 하는 데에 앞장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인문학이 인간의 본질과 그 존재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생활하고 있는 사회나 그 제도의 성격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인간의

우리 사회는 고도의 지식 정보화 사회로 발전하고 있다. 삶의 모든 방면은 경계를 뛰어넘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창조적 노력과 자기표현의 욕구를 억압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모든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면서 혁신적인 사회를 새롭게 정립해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 있을까? 나는 그 바탕을 인문학의 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인문학은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모든 인간 활동의 기초가 된다. 그리고 인간의 정신과 인간 존재의 방식을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문화의 기반을 이룬다. 인문학은 개개인의 인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 전체의 문제를 다루게 된다. 인문학의 비좁던 통로는 이미 넓어졌으며 인간의 일상적 삶에 보이지 않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인문학이 인간 삶의 가치를 구현해내는 학문이라고 해서 인간의 현실과 개개인의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그대로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정신 활동은 하나의 완성된 실체로서 입증되기 어렵고, 객관적 결과로서 논증될 수도 없다. 인간 정신은 어떤 조건으로 제약되는 것이 아니며 무한의 가능성과 힘을 가진 채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오랫동안 그 학문적 영역의 독자성을 유지 발전시켜 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문학 자체의 학문적 존립 기반이 위태롭다는 진단이 자주 제기된 바 있다. 인문계 대졸자들이 대부분 청년실업자로 전락한다는 우울한 뉴스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문학은 한동안 인간의 사회적 경험과는 다른 영역인 것처럼 대학의 연구실에 갇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인문학은 현실적인 삶의 영역에서 인간성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실천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리고 인간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인간의 가치를 새롭게 해석해야 하는 데에 앞장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인문학이 인간의 본질과 그 존재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생활하고 있는 사회나 그 제도의 성격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해야 한다. 인간의 존재 문제가 사회와 연관되어 다루어진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에서 태어나 그 사회 속에서 성장하고 활동하며 자신의 인격적 존엄성과 가치를 타인과 함께 실현해간다. 이러한 자기실현의 장소가 사회인 셈이다.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서 사회 속에서 삶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활동의 전 과정은 문화라는 큰 틀에서 새롭게 해석해 볼 수 있다. 문화는 인간이 삶의 과정에서 이룩해낸 물질적 정신적 소산을 모두 포괄한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문화라는 개념이 인간의 삶 자체에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는 인간이 역사적 사회적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낸 삶의 방식 전체에 해당한다. 다시 말하면 인간 삶의 가치를 형성하는 총체적 산물이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화를 인간의 삶의 방식이라고 규정할 경우 그것은 어김없이 가치문제에 대한 판단과 부딪치게 되어 있다.

인간의 삶의 방식이 어떠한 원리와 어떠한 방법을 취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화 현상에 대한 관심은 그 자체에 대한 긍정도 있지만 비판적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 문화에 대한 인식과 비판은 문화 현상 자체에 대한 자기반성에서 비롯한다. 기존의 가치와 질서에 대한 비판의식은 새로운 인식의 눈을 뜨게 만들며 새로운 인식의 눈이 생겨야만 기존의 질서를 파괴할 수 있게 된다.

인문학은 인간정신의 핵심적 동인으로서의 자기비판을 기반으로 한다. 인간의 삶과 그 산물로서 문화의 구성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밝히는 것이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인문학은 언제나 문화적 현상과 그 구성 자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지향한다. 이것은 문학이나 역사 또는 철학 등을 통틀어 문화적 가치로 표현할 수 있는 인문학의 내재적 힘을 말한다. 문화를 생산하는 원동력이 인간의 삶이라면, 삶의 인간다움을 가능케 하는 것이 인문학이다.

한국사회의 발전은 산업화 과정을 겪고 정치 사회적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 민주화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빠른 경제 성장과 사회 변혁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는 발전의 격차가 심화되면서 그것이 사회적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겪고 있는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의 정신이 폭넓게 실현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각자 자신의 삶의 주체성, 다양성, 개방성, 창의성 등을 확립할 수 있는 실천적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여러 번 강조한 국민이 중심이 되는 국가라는 말은 너무나 당연하면서도 그 의미가 심장하다.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기본방향도 여기에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 중심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다.

국민 중심의 정치는 사회 구성원 전체가 각자 인간다운 삶을 누리면서 자기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과 다름이 아니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균형 있게 발전되고 모든 계층이 인간의 삶의 참다운 가치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사회문화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곧바로 국민 중심의 국가로 가는 길이 아니겠는가?

글쓴이 : 권영민

단국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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