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임을 위한 행진곡, 화려한 부활

기사등록 : 2017.05.16 (화) 16:29:44 최종편집 : 2017.05.24 (수) 18:16:27      
이 노래는 나에겐 1980년, 서울역 광장과 최루탄으로 얼룩진 숨 막힘의 기억, 그리고 〈화려한 휴가〉(2007, 김지훈)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영화는 광주지역의 일상적 풍경 속에 들이닥치는 신군부의 참혹한 학살극을 그려낸다. 전선에 배치됐던 공수부대원들은 명령에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이변에 황당해하면서도 시민을 폭도로 몰아 총격을 가한다. 금남로

지난 토요일, 평화포럼으로 떠난 익산과 변산반도 산책길에서 경이로운 전율을 맛보았다.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산천이 트인 곳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잠시 쉬는데 일행 중 한 분이 이 노래를 선창했다. 그러자 너나 할 것 없이 우리는 같이 노래하며 기차놀이를 벌였다.

앞 사람 어깨 위에 두 손을 얹으니 사람 기차 칸이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리듬을 타며 몸이 연대하며 유쾌하게 전진한다. 한번은 왼발로 바닥을 차며 뻗고, 이어 오른발로 바닥을 차며 전진하는 기차놀이를 끌어낸 이 노래는 동행한 우리 모두의 몸과 마음에 경쾌함을 전해준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칸에서 동영상으로 이 장면을 일행과 함께 다시 보노라니 기록과 기억의 의미가 온몸과 맘에 찡하게 전해온다.

억압을 뚫고 터져 나오는 노래의 힘

2009년 이후 종북 시비에 몰려 수난을 겪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이렇게 경쾌하게 들리다니! 2002년 월드컵 응원가로도 불렸던 국민통합의 노래조차 불편했던 권력이 검열했던 기억. 그러나 곧 다가올 518일엔 적폐청산의 신호탄처럼 이 노래가 제창될 것이다. 억압의 기억을 뚫고 터져 나오는 예술의 힘이다.

이 노래는 나에겐 1980, 서울역 광장과 최루탄으로 얼룩진 숨 막힘의 기억, 그리고 화려한 휴가(2007, 김지훈)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해준다. 영화는 광주지역의 일상적 풍경 속에 들이닥치는 신군부의 참혹한 학살극을 그려낸다. 전선에 배치됐던 공수부대원들은 명령에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는 이변에 황당해하면서도 시민을 폭도로 몰아 총격을 가한다. 금남로 참극을 목격한 시민들은 시민군 민주투사로 변한다. 그런 투쟁 속에서 울려퍼지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 영화의 주제곡으로 작동한다.

노래 한곡으로 촉발된 감개무량한 마음은 수난을 겪은 지구촌 다른 곳의 또 다른 노래를 연상시킨다. 바로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이예즈’(La Marseillaise)이다. 이 노래는 1789년 시작된 혁명의 열기에 힘입어 출정하는 프랑스 북부 라인강지역 지원병을 위해 스트라스부르에서 만들어진 라인군을 위한 군가였다. 그런데 지중해 연안 남부 마르세이유 지원병이 이를 힘차게 부르며 파리로 행진해 오면서, 곡목이 라 마르세이예즈로 바뀐 것이다. 이 노래는 국민통합의 상징이 되어 곧 프랑스 국가로 정해졌다. 그러나 불편함을 느낀 나폴레옹, 부르봉 왕조 권력의 검열로 금지됐다가 1879년에 다시 국가로 복원되었다.

노래에 실려 퍼져나가는 경이로운 파장

이 노래는 여러 영화에서 마술적 힘을 발휘하는 메타포로 사용된다.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카사블랑카(Casablanca, 1942, 마이클 커티즈)에 나오는 명장면이 그렇다. 옛 연인 일리자(잉그리드 버그만)(죽은줄 알았던) 남편의 탈주를 돕는 멋진 남자 릭(험프리 보가트)의 고뇌가 인상적인 릭스 카페의 한 장면이다. 독일군 점령 모로코에서 독일장교가 카페 악단에게 독일 군가 연주를 지시한다. 그러자 프랑스 레지스탕스 청년이 분노하며 악단에 라 마르세이예즈연주를 청한다. 노래가 연주되자 카페에 있던 프랑스인이 모두 일어나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가자 조국의 아이들아 / 영광의 날이 왔다 / 우리에 맞서 압제가 / 피 묻은 깃발을 들었다 무리를 지어라 / 전진하자, 전진하자!”

위대한 환상(La Grande Illusion, 1937, 장 르누아르)의 배경인 포로수용소에서도 이 노래는 역동적 힘을 발휘한다. 축구영화의 명작으로 꼽히는 승리의 탈출(Victory, 1981, 존 휴스톤)에서는 이 노래가 나치로부터의 탈출극에 도움을 준다. 라 비 앙 로즈(La Môme, 2007, 올리비에 다한)에서도 어리고 가난한 에디트 피아프가 거리에서 돈벌이로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아프게 다가온다. 행인들의 공명을 끌어내고 작은 참새인 가련한 자기 자신도 격려하는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하며 몸과 마음에 리듬의 떨림을 주며 퍼져나가는 이 경이로운 파장!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라는 외침은 무리지어 전진하는현재진행형 역사 만들기 파장을 세상에 전파하는 중이다.

글쓴이 / 유지나

· 이화여대 불문과

· 파리 제7대학 기호학전공. 문학박사

· 영화평론가.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 세계문화다양성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학술훈장 수상

기사등록 : 박청 / yhinews2300@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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