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반도 평화의 길

기사등록 : 2017.08.18 (금) 10:25:15 최종편집 : 2017.08.18 (금) 10:25:15      
문 대통령도 광복절 기념사에서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흡수통일이나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며, “북한이 기존의 남북합의의 상호이행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회의 의결을 거쳐 그 합의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언명했다.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의 체제 보장과 남북 관계의 신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미 사이에 오가는 거친 말들이 광복절을 전후한 기간에 한반도의 평화를 한층 불안하게 만들었다. 728일에 쏘아 올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북미 대결을 고양시켰지만, 근원적인 문제는 북한 핵에 있다. 한반도의 평화문제가 핵과 깊은 관련이 있는 만큼 1차 핵위기와 1994년 제네바 합의 이후를 복기해볼 필요가 있다.

제네바 합의 이후 잘 복기해보아야

제네바 합의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대체 에너지와 경수로 건설을 약속한 것이었다. 그러나 부시정권이 들어서면서 제네바 협정은 휴지화되었다. 2차 핵위기는 200210월 방북한 켈리가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을 들고나온 걸 계기로 재연됐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1AEA)사찰단을 추방하고 핵비확산기구(NPT)를 탈퇴했다. 200346자회담 구도가 탄생한 것은 이런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20059·19공동성명을 발표, 북핵위기가 진정되는 듯했으나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비자금을 들고나와 합의를 깼다.

그 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자 20072·13합의에 이른다. 이 합의는 북한이 핵시설 폐쇄와 불능화, 핵프로그램 신고 등에 합의하고 이에 상응하는 에너지 지원,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을 약속받은 것이다. 이해 627()에는 외국 언론인과 외교관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영변 원자력 연구소의 상징인 냉각탑까지 폭파했다.

그러나 2008MB정권의 등장으로 합의 이행이 소극적으로 되었고,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지연을 빌미로 북한은 그해 826일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중단하고 원상 복구하겠다고 했다. 당황한 미국이 10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해 12, 6자 회담은 검증의정서 채택에 실패했고, 이명박 정부는 2007년 비핵화 합의에 따른 남한의 북한 핵연료봉 구입을 중단하면서 기존의 6자회담 합의는 끝나게 되었으며, 20094월 북한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했다. 6자회담 파탄은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그 해 1110일엔 대청해전, 2010326일엔 천안함 사건, 1123일에는 연평도 포격 사건이 일어났다.

북한은 김일성의 유훈이 비핵화라고 내세우면서도 핵을 계속 추구해 왔다. 핵이라는 비대칭적 무기체계를 통해 생존을 모색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핵협상과정에서 그들이 일관되게 요구한 것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국교정상화와 정전(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의도는 여러 합의서에 묻어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공산주의자들의 상투적 용어로 치부하고 그 요구를 간과했다.

남북기본합의서(1991)와 한반도비핵화선언(1992)에서 평화보장이 우선적으로 다뤄졌다. 1994년 제네바 합의(1994)에서도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이었으나 그것이 충족되지 않아 실패했다. 6자 회담의 첫 열매라 할 9·19 합의(2005)에도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반의 평화와 안정을 명시했다.

그런 기조 위에서 9·19 합의는 북한이 이미 파기 선언한 바 있는 1992년의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이 준수·이행되어야 하며, 북한과 미국은 주권을 상호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위한 협상이 전개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 뒤 9·19 합의 이행을 위한 2·13조치에서도 미·일은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하도록 하며 관련 당사국들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약속했다. 2·13 합의 후 북미의 밀월기간에는 김계관 부상의 미국방문 등 상호방문과 부시의 친서와 김정일의 구두 답신이 교환되고 20082월에는 뉴욕 필하모니의 평양 공연이 있었다. 그럼에도 북미 수교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위한 대북공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이 6자회담 등을 통해 핵을 포기하면서 그 대가로 얻고자 한 것은 북한 체제와 정권의 안정이었지만 미일은 이를 보장하지 않았다. 책임은 쌍방에 있겠지만, 결과는 지금의 북한 핵과 미사일로 나타났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북미 수교로 북핵 해결해야

해방 72주년을 맞아 기독교 보수진보 진영으로 조직된 평통연대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 북한 핵은 한반도 평화 협정과 북미 수교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은 또한 그런 주장이 중국과 북한의 일관된 주장이며 미국 또한 2000년대 북미 공동성명을 체결하면서 모색한 바 있고, 북한은 1992년과 2000년 미국과의 대화에서 북미 수교를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을 지적했다.

성명서는 또한 미군의 사드(THAAD)배치와 중국의 대남 보복은 본질적인 해법이 아니며 동북아 지역에서의 평화로운 경제공동체 발전을 저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필자는 이 성명에 동의하고 기명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 53'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한다면 미국은 북한의 체제변화나 붕괴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남북한의 신속한 통일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헸고 최근에는 북한과의 협상을 거론했다.

그동안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은 데다 당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미국도 핵 포기를 성사시키려면 북한 체제의 보장을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문 대통령도 광복절 기념사에서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고 흡수통일이나 인위적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며, “북한이 기존의 남북합의의 상호이행을 약속한다면, 우리는 정부가 바뀌어도 대북정책이 달라지지 않도록, 국회의 의결을 거쳐 그 합의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언명했다.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의 체제 보장과 남북 관계의 신뢰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북한을 향해서는 그들이 2003년에 파기하겠다고 한 한반도비핵화선언’(1992)의 복구이행을 촉구하고, 그동안 우리가 불성실하게 대했던 남북공동성명의 이행을 약속해야 한다.

그동안 북한이 ‘6·15’‘10·4’ 등의 공동선언의 실천을 자주 요구해 왔는데 우리는 성실하게 그 이행을 약속하는 한편 북한을 향해서는 남북한 양자관계에서 이뤄진 한반도비핵화선언의 실천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또한 미국을 향해서는 북한핵 포기를 요구하려면 북미수교와 평화조약 체결이 동시에 이뤄져야 함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쌍단(雙斷)을 주장한 중국이나, 핵 포기를 평화체제 수립 등과 연계시켜 주장해온 북한도, 그 동안의 주장이 거짓이 아니라면, 여기에 호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한반도 평화의 길은 여기에 있다.

글쓴이 : 이만열(숙명여대 명예교수)

기사등록 : 박 청 기자 / yhinews2300@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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